솔직히 저는 여행 앱 순위에 별로 관심이 없었습니다. 어차피 가격 비교 사이트에서 제일 싼 곳 골라 예약하면 끝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9월 통계를 들여다보니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성수기가 끝나자마자 대부분 여행 앱 이용 시간이 10% 넘게 빠지는 동안, NOL 하나만 오히려 사용시간이 늘었습니다. 숫자 뒤에 뭔가 다른 이유가 있을 것 같아서 조금 더 파고들어 봤습니다.

성수기 끝나도 혼자 올라간 NOL, 앱통합 전략
2026년 9월, 주요 여행 앱 5곳의 총 사용시간은 547만 시간으로 한 달 전보다 10% 줄었습니다. 여기어때가 24%, 에어비앤비가 19%, 아고다가 13%, 트립닷컴이 11% 감소했습니다. 여름휴가철 수요가 빠지면서 자연스럽게 나온 결과였습니다.
그런데 NOL만 사용시간이 6% 늘었고, 월간이용자수(MAU)는 560만 명으로 1위를 되찾았습니다. 여기서 MAU란 한 달 동안 해당 앱을 한 번 이상 실행한 순 이용자 수를 추정한 지표로, 단순 설치 건수와는 다릅니다. 앱을 깔아만 두고 안 쓰는 사람은 빠지기 때문에 실질적인 활성 사용자를 파악하는 데 더 유효한 수치입니다.
제가 이 수치를 처음 봤을 때 든 생각은 "단순한 계절 효과가 아니다"였습니다. 성수기가 지나면 모든 앱이 같이 빠지는 게 정상인데, NOL만 역방향으로 움직였다는 건 뭔가 다른 변수가 개입했다는 뜻이니까요. 그 변수가 바로 앱 통합이었습니다.
NOL 9월 MAU: 560만 명 (전월 대비 22만 명 증가)
트립닷컴 9월 MAU: 419만 명 (전월 대비 173만 명 감소)
여기어때 9월 MAU: 363만 명 (전월 대비 65만 명 감소)
NOL 9월 신규 다운로드: 69만 건 (전월 대비 58% 증가)
NOL 운영사 놀유니버스는 2026년 9월 8일, 공연 예매 앱 'NOL티켓'과 여행 앱 'NOL 인터파크투어'를 'NOL' 하나로 합쳤습니다. 숙박·항공 예약부터 공연·스포츠 예매까지 한 앱에서 처리할 수 있는 구조가 된 것입니다. 오는 11월에는 여행 일정 앱 '트리플'(8월 MAU 47만 명)까지 흡수할 계획입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앱을 하나로 묶는 것 자체는 분명 편리합니다. 항공권 알아보다가 바로 공연 예매까지 연결되는 흐름은 기존에 앱을 두 개 따로 열어서 확인하는 것보다 손이 덜 갑니다. 하지만 편리함이 반드시 저렴한 가격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저는 좀 유보적입니다.
재미있는 점은 통합 효과가 숫자에 그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8월 기준 NOL티켓과 NOL 인터파크투어의 이용자를 단순 합산하면 171만 명인데, 실제로 9월에 늘어난 MAU는 22만 명에 불과합니다. 두 앱을 이미 함께 쓰던 사람이 많았거나, 아직 통합 앱으로 넘어오지 않은 이용자가 상당수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통합 효과가 온전히 반영되려면 적어도 10월 수치까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한 가지 더 신경 쓰이는 부분이 있습니다. 플랫폼이 다양한 서비스를 한 곳으로 끌어모을수록 소비자가 특정 앱에 의존하는 현상이 강화될 수 있습니다. 온라인 여행사(OTA)—항공권, 숙박, 패키지 등 여러 여행 상품을 온라인으로 판매·중개하는 사업자—가 생태계를 하나로 묶어버리면 다른 플랫폼과 가격을 비교할 유인이 줄어들고, 장기적으로 경쟁 압력이 낮아질 수도 있습니다. 편의성의 이면을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이유입니다.
MAU는 줄었는데 오히려 더 쓴 트립닷컴 이용자들
트립닷컴은 올해 초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이용자를 빠르게 키웠습니다. 1월 269만 명이던 MAU가 8월에는 592만 명까지 불어났습니다. 중국 무비자 입국 정책에 따른 중국 여행 수요 증가, 유류할증료 인하 효과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있습니다(출처: 와이즈앱·리테일).
그런데 9월에는 이용자가 173만 명(29.1%) 빠졌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기세가 꺾인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제가 주목한 부분은 그다음 수치입니다. 이용자가 30% 가까이 줄었는데 사용시간 감소는 11%에 그쳤습니다. 1인당 월 사용시간은 오히려 10분에서 13분으로 늘었습니다.
이 현상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개념이 '충성 이용자(Loyal User)' 비율입니다. 할인 행사를 보고 잠깐 앱을 설치해 둔 이용자가 성수기가 끝나면서 빠지고, 실제로 예약 목적으로 꾸준히 쓰는 이용자는 남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거품이 빠진 뒤 진짜 이용자 풀이 드러난 셈입니다.
설치 기기 수도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트립닷컴이 설치된 기기는 876만 대로, 1년 전과 비교하면 40% 넘게 늘었습니다(출처: 모바일인덱스). 같은 기간 NOL(18%)과 여기어때(10%)보다 증가 폭이 훨씬 큽니다. 단기 이용자 이탈만 보고 트립닷컴의 성장세가 꺾였다고 판단하는 것은 성급할 수 있습니다.
플랫폼 경쟁의 진짜 기준은 무엇인가
여기어때는 9월 MAU가 65만 명(15.2%) 줄었고 사용시간도 5곳 중 가장 큰 폭인 24% 감소했습니다. 앱 지표만 보면 부진해 보이는데, 해외 패키지 사업은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올해 추석 연휴 해외 패키지 예약은 지난해보다 약 3.6배 늘었고, 평균 예약 리드타임은 88일로 지난해보다 24일 앞당겨졌습니다. 여기서 리드타임이란 여행 출발일을 기준으로 예약이 이루어진 날까지의 기간을 의미하는데, 이 수치가 길어질수록 소비자가 일찍부터 계획적으로 예약한다는 뜻입니다.
이건 꽤 의미 있는 변화입니다. 성수기 직전에 몰리던 예약이 더 앞당겨지고 있다는 것은 해외 패키지여행에 익숙해진 소비자층이 두터워지고 있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앱 MAU가 줄어도 실제 매출 기여도가 높은 패키지 상품에서는 성장이 가능한 구조입니다.
이 지점에서 저는 한 가지 생각이 정리됩니다. 여행 플랫폼 경쟁의 기준이 MAU 확보에서 실질적인 서비스 신뢰도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취소 수수료와 환불 규정이 얼마나 명확한지, 예약 이후 문제가 생겼을 때 얼마나 빠르게 대응하는지가 이용자의 재방문 여부를 결정짓는 변수가 됩니다. 대규모 할인과 광고로 이용자를 한 번 끌어오는 것보다, 투명한 가격 표시와 신뢰할 수 있는 예약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충성 고객이 적다는 여행 플랫폼의 특성상, 결국 반복 이용을 만들어내는 기업이 연말 순위를 가를 것으로 보입니다.
MAU 수치보다 리드타임, 패키지 성장, 재이용률처럼 실질 신뢰 기반을 나타내는 지표가 플랫폼 경쟁의 진짜 척도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NOL이랑 인터파크투어가 합쳐진 건가요?
A. 네, 맞습니다. 놀유니버스는 2026년 9월 8일 공연 예매 앱 'NOL티켓'과 여행 앱 'NOL 인터파크투어'를 'NOL'이라는 단일 앱으로 통합했습니다. 숙박·항공 예약과 공연·스포츠 예매를 한 앱에서 처리할 수 있게 되었고, 11월에는 여행 일정 앱 트리플도 합류할 예정입니다.
Q. 트립닷컴 이용자가 갑자기 줄었는데 망한 건 아닌가요?
A. 성수기 이후 이탈이 크게 보인 것은 사실이지만, 1인당 월 사용시간이 오히려 늘고 설치 기기 수가 1년 새 40% 이상 증가한 점을 감안하면 기반 자체가 흔들린 것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단기 할인 이벤트에 반응했던 일시 이용자가 빠지면서 실사용 이용자 비율이 높아진 구조로 해석하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Q. 여행 앱 고를 때 MAU가 높은 걸 선택하면 되나요?
A. MAU는 앱의 인기를 가늠하는 참고 지표일 뿐, 소비자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주는 플랫폼인지는 별개입니다. 제 경험상 같은 숙소라도 플랫폼마다 최종 결제 금액이 다르고, 쿠폰 적용 조건이 까다로운 경우도 많습니다. 취소·환불 정책이 얼마나 명확한지, 예약 오류 시 대응이 빠른지를 함께 보는 것이 더 유용합니다.
Q. 여기어때는 앱 이용자가 줄었는데 괜찮은 건가요?
A. 앱 이용 지표는 줄었지만 해외 패키지 예약이 전년 동기 대비 3.6배 성장하고, 평균 예약 리드타임도 24일 앞당겨지는 등 실제 매출로 이어지는 부분에서는 성장세가 확인됩니다. 앱 MAU와 사업 성과가 항상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결론
NOL의 1위 탈환, 트립닷컴의 이용자 급감, 여기어때의 패키지 성장. 9월 여행 앱 시장 데이터를 들여다보면서 제가 느낀 건, 숫자 하나로 플랫폼의 경쟁력을 판단하는 게 얼마나 섣부른 일인지입니다. MAU가 높다고 좋은 앱이 아니고, 이용자가 줄었다고 무너진 플랫폼도 아닙니다.
제 경우엔 앱을 많이 깔아 두는 것보다 예약 전 두세 곳의 최종 결제 금액을 직접 비교하는 습관이 훨씬 실용적이었습니다. 11월 트리플 통합 이후 NOL의 변화와 트립닷컴의 반등 여부가 연말 순위를 가를 변수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 결과가 나오면 다시 한번 정리해 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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