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와 예능, 웹툰이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다는 소식은 이제 낯설지 않습니다. 해외에서 한국 콘텐츠가 인기를 얻는다는 것은 문화적 영향력이 커졌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성장의 이면에는 쉽게 지나칠 수 없는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해외 불법 유통입니다.
2026년 10월 12일 보도된 한국저작권보호원 관련 자료에 따르면, 2025년 K-콘텐츠 해외 불법 유통 건수는 4억 9,355만 건으로 집계됐습니다. 2024년 4억 1,410만 건보다 19.2% 증가했으며, 2022년 조사가 시작된 이후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특히 익숙한 예능 프로그램인 '런닝맨'과 인기 웹툰 '일렉시드'가 여러 언어권에서 불법 게시물 삭제 건수 상위권에 올랐다는 점이 눈길을 끕니다.
이 수치는 단순히 한국 콘텐츠의 인기가 높다는 사실만으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이 세계적으로 확대되는 동안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제도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1. K-콘텐츠 해외 불법 유통 4억 9,355만 건, 숫자보다 중요한 사실
2025년 해외 불법 유통 현황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분야는 웹툰이었습니다.
웹툰 불법 유통 건수는 3억 2,821만 건으로 전체의 66.5%를 차지했습니다. 영화와 방송을 포함한 영상 콘텐츠는 1억 6,534만 건으로 33.5%였습니다.
특히 영상 콘텐츠의 불법 유통은 2024년 1억 1,759만 건에서 2025년 1억 6,534만 건으로 40.6% 증가했습니다.
| 구분 | 2025년 불법 유통 건수 | 비중 |
|---|---|---|
| 웹툰 | 3억 2,821만 건 | 66.5% |
| 영상(영화·방송) | 1억 6,534만 건 | 33.5% |
| 합계 | 4억 9,355만 건 | 100% |
웹툰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이유를 이해하려면 콘텐츠의 유통 특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웹툰은 이미지와 텍스트를 중심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무단 복제와 재게시가 비교적 쉽습니다. 대사를 다른 언어로 번역한 뒤 원본 이미지와 결합해 유통하는 방식도 가능합니다. 하나의 작품이 여러 언어로 복제되면 침해 게시물이 빠르게 늘어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특성이 웹툰 불법 유통 증가의 유일한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작품의 인기, 정식 서비스 여부, 불법 사이트의 운영 방식 등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작품별 삭제 현황에서도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이 드러납니다.
웹툰 '일렉시드'는 영어, 베트남어, 인도네시아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포르투갈어 등 6개 언어권에서 불법 게시물 삭제 건수 1위를 기록했습니다. 8개 조사 언어권 모두에서 상위 5위 안에 들었으며 삭제 건수는 2만 7,063건이었습니다.
'전지적 독자 시점' 역시 여러 언어권에서 높은 삭제 건수를 기록했습니다.
영상 콘텐츠에서는 '런닝맨'이 영어, 중국어, 베트남어, 태국어, 인도네시아어 등 5개 언어권에서 삭제 건수 1위에 올랐습니다. 중국어권에서만 1만 8,481건이 삭제됐습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불법 게시물 삭제 건수가 많다는 사실이 곧 해당 작품의 전체 불법 유통량이나 실제 금전적 피해가 가장 크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삭제 건수는 탐지 범위와 모니터링 활동의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작품별 순위는 확인된 불법 게시물 삭제 현황으로 이해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2. 불법 유통은 왜 늘어날까? 해외 시청자의 접근성도 살펴봐야 한다
흥미로운 변화는 불법 유통 콘텐츠의 언어권별 비중입니다. 2024년에는 영어권이 전체의 63.6%를 차지했지만, 2025년에는 46.6%로 낮아졌습니다. 반면 동남아시아와 유럽 언어권의 비중은 증가했습니다. 동남아어권의 불법 유통 비중은 2022년 5%에서 2025년 15.7%로 높아졌고, 유럽어권도 같은 기간 2.9%에서 7.6%로 상승했습니다.
이는 해외 저작권 침해가 특정 언어권에 집중되는 현상에서 점차 다양한 언어권으로 확산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렇다면 불법 유통은 왜 계속 발생하는 것일까요?
우선 콘텐츠를 합법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보고 싶은 드라마나 예능이 어느 OTT 플랫폼에 있는지 확인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작품별로 서비스 플랫폼이 다르거나 특정 콘텐츠가 독점 공개되기도 합니다. 해외에서는 여기에 지역별 서비스 계약, 자막 제공 여부, 결제 수단 등의 문제가 추가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정상적으로 시청할 수 있는 작품이라도 다른 국가에서는 정식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자막이나 더빙이 제공되지 않아 시청이 어려운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접근성 문제는 불법 유통을 이해할 때 검토해야 할 요소입니다.
다만 합법적인 서비스가 부족하기 때문에 불법 유통이 증가했다고 단정할 근거는 이번 통계만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불법 사이트의 접근성, 무료 이용에 대한 선호, 이용자의 저작권 인식 등 다른 요인도 함께 작용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콘텐츠 산업이 고민해야 할 중요한 과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불법 이용자를 단속하는 것과 동시에 소비자가 합법적인 서비스를 편리하게 선택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정식 콘텐츠를 쉽게 찾을 수 있고, 다양한 언어로 이용할 수 있으며, 결제 과정까지 간편하다면 합법적인 이용을 유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콘텐츠를 보호한다는 것은 무단 이용을 막는 일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소비자가 정당한 비용을 지불하고 작품을 즐길 수 있는 유통 환경을 만드는 일까지 포함해야 합니다.
3. 불법 사이트 삭제만으로 부족한 이유, 저작권 보호가 바뀌어야 할 방향
2025년 한국저작권보호원이 삭제한 해외 불법 게시물은 24만 3,374건이었습니다.
2022년 18만 4,025건보다 약 32% 증가한 수치입니다.
하지만 같은 해 확인된 해외 불법 유통 규모가 약 4억 9,355만 건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삭제 실적과 전체 유통 규모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두 수치를 단순 비교하면 약 0.05%에 해당합니다. 다만 이를 전체 불법 게시물 가운데 실제로 삭제에 성공한 비율로 해석해서는 안 됩니다. 불법 유통 집계와 삭제 실적은 조사 범위와 집계 방식이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이러한 차이는 기존의 게시물 삭제 중심 대응만으로 해외 저작권 침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을 생각하게 합니다.
불법 사이트에서 게시물 하나를 삭제하더라도 동일한 콘텐츠가 다른 주소나 사이트에 다시 게시될 수 있습니다. 해외에 서버를 두거나 운영자를 숨기는 방식으로 단속을 피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따라서 저작권 보호를 위해서는 세 가지 방향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첫째, 불법 게시물을 신속하게 탐지할 수 있는 기술을 강화해야 합니다.
대표적인 기술로 디지털 핑거프린팅이 있습니다. 콘텐츠의 영상, 음향, 이미지 등에서 고유한 특징을 추출해 동일하거나 유사한 콘텐츠를 식별하는 방식입니다. 이러한 기술을 활용하면 사람이 모든 게시물을 일일이 확인하지 않고도 불법 복제 의심 콘텐츠를 효율적으로 찾아내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둘째, 국가 간 수사 협력을 강화해야 합니다.
불법 콘텐츠 유통은 국가의 경계를 쉽게 넘어갑니다. 국내에서 침해 사실을 확인하더라도 해외 서버나 운영자에 대한 조사에는 다른 국가의 협조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특히 불법 유통 비중이 증가하는 언어권에 맞춰 현지어 모니터링 역량을 강화하는 것은 실질적인 대응 방안이 될 수 있습니다.
셋째, 콘텐츠 플랫폼의 책임과 합법적인 이용 환경을 함께 개선해야 합니다.
플랫폼 기업은 창작자의 작품을 유통해 수익을 얻는 주체인 만큼 저작권 보호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습니다.
불법 복제 탐지 기술에 투자하고, 침해 신고 절차를 간소화하며, 해외 정식 서비스의 접근성을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합니다.
여기서 또 하나 중요한 문제는 피해 규모의 정확한 파악입니다.
한국저작권보호원은 콘텐츠별 단가, 장르, 플랫폼, 침해 경로 등이 다양해 피해액을 산출하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불법 유통 건수가 1건 발생했다고 해서 반드시 유료 구매 1건이 사라졌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반대로 하나의 불법 게시물이 여러 사람에게 이용된다면 단순 게시물 수만으로는 실제 영향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앞으로는 불법 유통 건수뿐 아니라 실제 이용 규모, 합법 서비스에 미치는 영향, 창작자 수익과의 관계 등을 함께 연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마무리
K-콘텐츠의 성공은 창작자의 권리가 지켜질 때 지속될 수 있다
K-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현상은 분명 긍정적입니다. 하지만 인기가 높아지는 것과 창작자가 정당한 보상을 받는 것은 서로 다른 문제입니다.
이번 통계에서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도 바로 이것입니다.
해외에서 한국 작품을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사실만으로 콘텐츠 산업이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저작권 보호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작품을 만드는 사람과 제작에 참여하는 기업 모두 지속적인 수익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불법 유통을 막기 위해 소비자의 접근성을 무조건 제한하는 방식만 선택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면서 소비자가 합법적인 콘텐츠를 쉽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 이것이 앞으로 K-콘텐츠 산업이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4억 9,355만 건이라는 수치는 단순히 불법 유통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숫자가 아닙니다. 세계 시장에서 성장한 K-콘텐츠 산업에 이제는 그에 걸맞은 보호와 유통 체계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지표이기도 합니다.
참고자료
- 헤럴드경제, 김현경 기자, 「‘런닝맨’도 몰래…지난해 K-콘텐츠 해외 불법유통 4억9000만건」, 2026.10.12.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6/0002708112 - 한국저작권보호원 공식 홈페이지
https://www.kcop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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