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마친 뒤 땀에 젖은 옷을 갈아입을 공간이 마땅치 않아 불편했던 상황을 떠올려 봤습니다. 편의점에 탈의실과 물품보관함이 있다면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꽤 유용하지 않을까요? 그런데 이런 아이디어가 실제 편의점에서 현실이 됐습니다.
최근 편의점 특화매장 일부의 일평균 매출이 전체 점포 평균보다 123% 높다는 수치를 접했습니다. 평균의 약 2.23배라는 인상적인 결과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 숫자를 보면서 한 가지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매출이 높은 편의점이 과연 소비자에게도 좋은 편의점일까?
이번에는 일반 편의점과 특화매장의 차이, 러닝스테이션의 편의성, 객단가 전략, 그리고 소비자와 가맹점주에게 돌아가는 실질적인 이익을 살펴보겠습니다.

일반 편의점과 특화매장, 직접 비교해 보니
일반적으로 편의점은 어느 브랜드를 가든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저 역시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들러 생수나 삼각김밥처럼 필요한 물건을 구매하는 공간이라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편의점은 단순히 가까워서 방문하는 곳에서 특정 상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일부러 찾아가는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마트 24 성수점의 경우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시험하는 '트렌드랩'이라는 콘셉트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서울숲 인근의 '디저트랩'은 10~30대 여성 고객을 겨냥해 디저트 상품군을 집중적으로 구성했습니다. 일반 편의점에서 보기 어려운 특화 디저트나 새로운 상품을 한곳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점은 소비자의 방문 동기를 만드는 요소입니다.
이마트 24가 발표한 수치에 따르면 K푸드랩과 디저트랩 등 특화매장 2곳의 2026년 상반기 일평균 매출은 전체 점포 평균보다 약 123% 높았습니다. 이는 전체 점포 평균의 약 2.23배에 해당합니다.
다만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매출이 2.23배라는 사실이 객단가도 2.23배라는 뜻은 아닙니다.
매출은 방문객 수와 구매금액의 영향을 함께 받습니다. 특화매장을 찾는 고객이 많아졌기 때문인지, 고객 한 명이 구매하는 금액이 늘었기 때문인지 판단하려면 추가적인 자료가 필요합니다.
제가 주목한 것은 매출 숫자보다 방문 목적의 변화입니다. 일반 편의점에서는 필요한 물건 하나만 구매할 수 있지만, 특정 디저트나 체험형 서비스를 목적으로 방문하면 다른 상품에도 관심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특화매장을 비교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특화매장 | 주요 특징 | 핵심 고객층 |
|---|---|---|
| 이마트24 트렌드랩 성수 | 신상품·서비스 실험 | 트렌드에 관심 있는 소비자 |
| 이마트24 디저트랩 서울숲 | 디저트 특화 상품 구성 | 10~30대 여성 고객 |
| 이마트24 K푸드랩 명동 | K푸드·K팝·뷰티·관광 서비스 | 외국인 관광객 |
특화매장은 고객이 일부러 찾아올 이유를 만들고 매출을 높이는 전략입니다. 다만 매출 증가와 객단가 상승은 구분해서 해석해야 합니다.
러닝스테이션과 객단가 전략의 실효성
CU가 여의도 한강공원 인근에 선보인 '러닝스테이션'은 물품보관함, 탈의실, 파우더룸을 갖추고 에너지젤·단백질 음료·무릎보호대 같은 러닝 전용 상품을 별도 공간에 모아둔 매장입니다.
2026년 10월 보도 기준, CU는 한강 인근 19개 점포를 러닝 거점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러닝족을 위한 편의점이라는 발상 자체가 신선했습니다.
러닝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히 물이나 음료를 구매하는 공간만이 아닙니다. 운동 전후 짐을 보관하고, 옷을 갈아입고, 잠시 정비할 수 있는 장소도 중요합니다. 특히 대중교통을 이용해 한강을 찾는 사람이라면 이런 시설이 운동 전후의 불편함을 줄여줄 수 있습니다.
다만 탈의실이 있다는 것과 샤워시설이 있다는 것은 다릅니다. 보도에서 확인되는 주요 시설은 물품보관함과 탈의실, 파우더룸이므로 샤워까지 가능한 공간으로 오해해서는 안 됩니다. 저는 이런 서비스가 실제로 편리한지 판단하려면 시설의 존재보다 관리 상태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탈의실이 청결하게 유지되는지, 물품보관함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지, 이용료가 합리적인지에 따라 만족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운동하는 사람이 많은 시간대에 이용객이 몰린다면 대기시간이나 공간 부족 문제도 생길 수 있습니다.
CU가 폐주유소를 개조한 'Re:fuel 소흘 IC점'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경기 포천의 약 130평 부지에 2층 규모 매장을 조성하고 리클라이너 휴게공간과 라면 조리 공간을 마련해 차량 이용 고객을 겨냥했습니다.
이처럼 편의점이 고객의 생활 동선에 맞춰 공간과 서비스를 바꾸는 것은 기존 편의점의 역할을 넓히는 시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러닝스테이션의 콘셉트는 실용적이지만, 청결·이용 편의성·시설 관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재방문으로 이어지기 어렵습니다.
전국 편의점 수가 5만 개를 넘어선 상황에서 새로운 점포를 계속 늘리는 것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편의점업계가 특화매장에 힘을 쏟는 핵심 배경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출점 경쟁에서 벗어나 기존 점포의 매출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략이 바뀌고 있는 것입니다.
이때 중요한 개념이 객단가(Average Transaction Value)입니다.
객단가란 일반적으로 한 번의 구매에서 지출하는 평균 금액을 뜻합니다. 전체 매출을 거래 건수로 나누어 계산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하루 200건의 거래에서 100만 원의 매출이 발생했다면 거래당 평균 구매금액은 5,000원입니다.
같은 200건의 거래에서 평균 구매금액이 7,000원으로 높아지면 하루 매출은 140만 원이 됩니다.
방문객이나 거래 건수가 크게 늘지 않아도 구매금액이 높아지면 매출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GS25는 주거 상권에서 신선식품 강화형 편의점(FCS)을 1,000곳 이상 운영하고 있습니다. FCS는 신선식품과 소포장 식재료, 생필품 구성을 강화한 매장 형태입니다. 대형마트에서 한꺼번에 장을 보는 대신 집 근처에서 필요한 만큼 자주 구매하는 소비 패턴에 대응하는 전략입니다. 1~2인 가구처럼 소량 구매를 선호하는 소비자에게는 필요한 재료만 가까운 곳에서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세븐일레븐은 '뉴웨이브(New Wave)' 전략을 내세웠습니다. 주거·오피스·관광 등 입지와 고객층의 특성에 따라 간편식, 신선식품, 와인, 뷰티 상품의 비중을 다르게 편성하는 방식입니다.
같은 브랜드라도 상권마다 매장의 모습과 상품 구성이 달라지는 셈입니다.
제가 이 흐름에서 주목한 것은 상품 구성의 유연성입니다.
모든 매장에서 비슷한 상품을 판매하는 것보다 지역 고객이 자주 찾는 상품을 중심으로 구성한다면 소비자 입장에서도 편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객단가 상승만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소비자가 꼭 필요하지 않은 상품까지 구매하도록 유도하거나, 특화 상품의 가격이 과도하게 높아진다면 소비자의 지출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편의점업계는 신규 출점뿐 아니라 기존 점포의 매출을 높이는 전략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특화매장과 상권별 상품 구성이 주요 수단이지만, 소비자에게 필요한 상품을 합리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매출 2배 성적표, 소비자에게도 이득인가
일부 특화매장이 일반 점포 평균보다 높은 매출을 기록했다는 것은 분명 주목할 만한 결과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 성적표를 보면서 가장 먼저 '그래서 소비자에게 돌아오는 혜택은 무엇인가'를 따져보게 됐습니다.
매출이 높다는 것이 곧 소비자가 만족한다는 의미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시설과 서비스가 생기면 소비자에게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실제 만족도는 조금 다른 문제라고 봅니다.
탈의실이 있어도 청결 관리가 불안정하거나, 러닝 상품 가격이 다른 판매처보다 지나치게 높다면 한 번 구경하고 끝나는 편의점이 될 수 있습니다.
개점 초기에는 호기심 때문에 방문객이 몰릴 수 있지만, 그 관심이 꾸준한 재방문으로 이어질지는 별도로 살펴봐야 합니다.
수익성 측면에서도 검증이 필요합니다.
특화시설을 갖추는 데 들어가는 인테리어 비용과 추가 관리비, 높은 상권의 임대료까지 고려하면 매출이 높아도 가맹점주의 실질 이익이 늘었는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일반 점포의 월매출이 5,000만 원이고 특화매장의 월매출이 1억 원이라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특화매장의 매출이 두 배라고 해도 인건비, 임대료, 시설 투자비, 상품 원가 등이 크게 늘었다면 실제 순이익은 기대만큼 증가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본사가 브랜드 이미지를 얻는 동안 점주가 추가 비용 부담을 안고, 소비자가 그에 따른 높은 가격을 지불하는 구조라면 지속 가능한 혁신이라고 평가하기 어렵습니다.
제가 더 체감할 수 있는 혜택이라고 생각하는 방향은 화려한 인테리어보다 일상에서 실질적으로 느끼는 편익입니다.
합리적인 가격의 물품보관 서비스, 신선식품의 철저한 유통기한 관리, 소포장 식재료의 다양한 구성처럼 작지만 반복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결국 재방문을 만든다고 봅니다.
특화매장의 진짜 성공 기준은 개점 당시의 매출 수치보다 6개월, 1년 후의 재방문율과 점포 순이익에서 드러날 것입니다.
높은 매출은 인상적이지만 소비자 만족도, 가맹점주 수익, 재방문율을 함께 살펴봐야 특화매장의 진짜 경쟁력을 판단할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CU 러닝스테이션 탈의실은 누구나 무료로 쓸 수 있나요?
A. 러닝스테이션에는 탈의실과 물품보관함 등 러닝 이용자를 위한 시설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다만 무료 이용 여부와 이용 대상, 운영시간은 확인된 정보만으로 일괄 안내하기 어렵습니다. 방문 전 해당 점포에 문의하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Q. 이마트 24 특화매장은 일반 편의점보다 가격이 비싼가요?
A. 특화매장이라고 해서 모든 상품이 일반 편의점보다 비싸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특화매장 전용 상품이나 한정 디저트 등은 일반 상품과 가격대가 다를 수 있습니다. 구매 전에 상품 가격과 용량을 비교하는 것이 좋습니다.
Q. GS25 신선강화형 편의점(FCS)은 어떻게 구분하나요?
A. 신선강화형 편의점은 신선식품과 소포장 식재료, 생필품 구성을 강화한 점포입니다. 2026년 10월 보도 기준 전국 1,000곳 이상에서 운영되고 있습니다. 정확한 점포 위치와 취급 상품은 GS25 공식 고객 안내 채널이나 방문하려는 점포를 통해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Q. 편의점 특화매장이 가맹점주에게도 유리한가요?
A. 매출이 높아지면 수익 증가를 기대할 수 있지만, 실제 이익은 상품 원가와 인건비, 임대료, 시설 투자비 등에 따라 달라집니다. 특화매장 전환을 검토한다면 본사와 가맹점주의 비용 분담 조건, 예상 영업이익, 초기 투자금 회수 기간 등을 꼼꼼하게 살펴봐야 합니다.
마무리
편의점 특화매장의 흐름은 분명 의미 있는 변화입니다.
출점 경쟁이 한계에 부딪힌 상황에서 고객의 생활 방식에 맞는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상권별 고객을 세분화하는 전략은 새로운 성장 방향이 될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운동 전후 짐을 보관하고 옷을 갈아입을 수 있는 편의점이라면 일부러 찾아갈 이유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소포장 신선식품을 안정적으로 구매할 수 있다면 장보기 동선도 달라질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화려한 콘셉트보다 지속 가능한 운영 품질이 중요합니다.
처음 한 번 발걸음을 이끄는 것은 새로운 콘셉트이지만, 두 번 세 번 다시 찾게 만드는 것은 결국 청결한 탈의실, 합리적인 상품 가격,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신선식품 관리입니다.
편의점 특화매장의 진짜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처음 방문했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람이 다시 찾아오는지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편의점업계가 발표하는 높은 매출 수치뿐 아니라 소비자의 재방문율과 가맹점주의 실질적인 수익도 함께 공개된다면, 특화매장의 성과를 더욱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 것입니다.
참고자료
한국경제, 「매출 2배 터졌다… 러닝족·외국인 몰린 편의점 '파격 실험'」, 2026년 10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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